티스토리 뷰
목차
가공인물 뒤쫓는 급박한 서스펜스
영국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의 대표작이 <39 계단>이라면 미국에서는 MGM사가 제작한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일 것이다. 많은 평론가들은 <현기증>을 그의 최고 걸작으로 꼽지만,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가 극적 구성이나 형식, 서스펜스에서 더 세련되고 잘 짜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미 CIA가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내세워 사건을 해결하는 예가 있다는 것이 뉴욕의 한 신문기자를 통해 알려지가, 여기서 영감을 얻은 히치콕은 어니스트 리먼에게 시나리오를 의뢰했다. 상영시간이 136분이나 되자 MGM 쪽에서 뒷부분을 줄이자고 제안했지만 그는 양보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 뉴욕의 광고업자 로저 손힐은 비서에게 일정을 아려주고 택시에서 내리다 두 명의 괴한에게 납치된다. 그는 글렌코브의 어느 저택에서 강제로 술을 마신 뒤 버려져 음주 운전으로 체포된다. 다음날 홀어머니와 함께 현장으로 가보지만 그곳은 전날 밤의 내부가 아니다. 그 저택 주인이 유엔에 나가는 타운젠드라는 이야기를 듣고 유엔본부 로비에서 그에게 면회를 신청하지만 엉뚱한 사람이 나왔다가 현장에서 등에 칼을 맞고 쓰러진다. 삽시간에 살인범 누명을 쓰게 된 손힐은 괴한들이 그를 조지 캐플런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고 놀란다.
여기서부터 사건은 복잡한 미궁으로 빠져들어간다. 결국 손힐은 조지 캐플런이라는 인물의 정체를 밝혀 누명을 벗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추적에 나선다. 그는 시카고행 열차에서 이브 켄들이라는 금발의 미녀 산업디자이너를 만나 사랑을 속삭인다. 켄들의 제보로 손힐은 캐플런을 만나기 위해 41번 국도변으로 나가지만 헬리콥터의 습격을 받는다. 켄들에게 속은 것이다. 손힐은 미술품 경매장에서 납치범의 두목 격인 밴덤과 함께 나타나는 켄들을 본다. 그들이 조각품을 사가지고 사라지자 손힐은 일부러 소란을 피워 경찰에게 끌려가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 사우스타코타 주 라피트 시티의 커다란 대통령 얼굴 석상이 있는 러시모어 산아래 카페에서 다시 밴덤과 함께 나타난 켄들을 만나게 된다. 켄들은 권총 두 발로 손힐을 쓰러뜨리고 사라진다. 이때 한 대학교수가 손힐을 구출해 차에 싣고 숲으로 온다. 그러나 켄들이 쏜 총알은 공탄이었다.
대학교수는 자신이 CIA 고문이며, 켄들은 밴덤의 정부라고 말한다. 밴덤은 경매장에서 구입한 조각품 속에 국가 기밀이 담긴 마이크로필름을 넣어 그날 밤 함께 비행기로 탈출한다.
그러나 켄들도 CIA 요원이며, 조지 캐플런은 CIA 가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었다. 손힐의 기지로 조각품을 빼앗아 도망치게 된 켄들은 대통령 얼굴 석상 밑으로 내려오다 CIA요원들의 구조로 살아난다. 뉴욕으로 돌아오는 열차에서 둘은 결합한다.
조지케플런이 누구인가 하는 의문 속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사건과 반전은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냉전시대 첩보전의 비정한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유엔 빌딩 내부 촬영은 하마슐드 사무총장이 금지시켜 몰래카메라라 복도를 찍고 로비는 재현했다고 한다. 커다란 대통령 얼굴 조각상도 재현한 것이고, 밴덤의 별장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물이다.
켄들 역의 에바 마리 세인트가 손힐 역의 미남 케리 그랜트를 유혹하는 침대차의 시퀀스는 미국 영화사상 가장 감미로운 러브신의 하나다.
히치콕이 일찍이 말했다.
'내가 신데렐라를 만든다면 마차 속에 시체를 넣겠다.....나는 스토리보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더 관심이 있다."
히치콕과 인터뷰한 프랑수아 트뤼포는 그의 죽음에 즈음하여 그이 작품세계를 이렇게 요약했다.
"히치콕에게 형식은 내용을 장식하는 것이 아니다. 형식 자체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