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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통한 폭력 비판
<분노의 주먹>은 마틴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 니로 짝이 만든 흑백 권투영화이자 뉴욕 뒷골목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통 권투영화가 아니다. 이를테면 이 영화에는 1970년대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권투영화 <록키>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노동계급 출신인 영웅의 성공을 위한 무대로서의, 영웅주의자의 무대로서의 링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콜세지는 권투영화와 전기영화를 결합시켜 관객의 전통적인 기대를 당황스러울 정도로 뒤집음으로써 할리우드 장르들의 모순을 두드러지게 하고, 그것들을 철저하게 재고찰 한다.
거의 항상 그의 영화의 배경이 되는 뉴욕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분명 걷고 대화하기 좋은 우대 앨런의 뉴욕 거리와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 <비열한 거리>, <택시드라이버>, <폐점 후>처럼 <분노의 주먹>의 뉴욕은 거친 사람들, 복잡한 거리, 끊임없이 이어지는 싸움, 창녀들의 장소 그 이상을 의미한다. 그것은 롤랑 바르트의 개념을 빌려온다면 '뉴욕적임'으로써 도시 그 자체와 거의 관계가 없고, 오히려 거기 사는 많은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뉴욕에 대한 공유된 이미지이며 집단적인 기표이다. <분노의 주먹>의 뉴욕은 한때 미들급 챔피언이었던 제이크 라 모타의 힘의 반영이며 혼란스러운 폭력의 장소이다.
폭력은 미국 영화에서 널리 사용되며, 종종 오락의 기본토대가 된다. <분노의 주먹>은 난폭한 권투시합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까지도 가혹한 싸움으로 그려냄으로써 폭력을 전경화 한다. 하지만 그 폭력은 매력적이면서도 혼란스럽게 묘사되고 있다. 오히려 서사구조나 사실주의 양식의 관습적 사용과 주인공 라 모타의 마음의 풍경을 보여주는 표현주의적 현실을 통해 링 위와 가정 모두에 걸쳐 있는 미국 생활의 폭력에 대한 비판에 가깝다.
주로 제이크 라 모타의 실제 삶에 기초하고 있는 이 영화는 제이크의 삶을 지배하는 폭력의 상징으로써 권투시합 장면을 사용한다. 그는 권투시합이 없을 때도 말다툼과 협박, 구타가 아니면 어는 누구와도 교제할 능력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특히 두 번의 결혼생활이나 사실상 매니저 역할을 하는 동생 조이와의 관계에서 보이는 질투와 폭력은 타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동시에 그 자신에게도 파멸만을 안겨준다. 이런 행위들은 사랑하던 모든 사람들을 몰아내고 마침내는 비만한 몸으로 마이크 앞에서 관객을 웃기는 삼류 배우로 전락한 그가 행사하는 자학적 폭력으로 귀결된다. 이 영화에서 '오락'은 폭력 못지않은 처벌이고 희생이다. 그것은 고통을 주고받기 위해 사용하는 육체에서 해방되기 위한 출구이며, 상처를 입히기 위한 사적인 욕구를 공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보이는 "한때 눈이 멀었지만 지금은 볼 수 있다."는 성경 인용구에서 알 수 있듯이 제이크는 비판받을 인물이긴 하지만 동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다.
젊은 제이크 라 모타와 늙은 제이크 라 모타, 긴장된 챔피언 제이크와 몰락한 삼류 배우 제이크는 모두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에 기대고 있다. 그것은 단순하거나 편안한 성격의 창조를 거부하고, 자신이나 타인이 이해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인물의 슈도 마조히즘에 대한 심리 연구로소 탁월한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