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사랑은 비를 타고

    '사랑의 기쁨. 즐거운 인생' 춤과 노래로 표현한 낙관주의

    뮤지컬은 지나치게 할리우드적인 영화 장르다. 서부영화가 미국의 건국신화라면 공상과학영화는 미국의 미래국가전략을 영상으로 실험하는 일종의 전략적 도상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미국-할리우드만이 만들 수 있는 이 세 가지 장르 영화 가운데서도 뮤지컬 영화는 그 화려함과 환상적 성격 때문에 할리우드적인 영화의 전형으로 꼽힌다.

    할리우드에서도 뮤지컬 영화의 명문은 포효하는 사자의 로고로 유명한 MGM사다. 그리고 그 '꿈의 공장'의 좌우명은 사자 위에 라틴어로 쓰여 있다.'ARTS GRATIA  ARTIS'. 이 말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 일이다. 이것은 무슨 심각하고 고상한 예술영화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아니다. 현실의 복잡함과 고통 대신 영상의 환상세계를 관객에게 선사하겠다는 할리우드식 영화 프로페셔널리즘의 '탈현실 선언'이다.

    1952년, 사자가 다시 으르렁거리면서 멋진 쇼가 시작된다. 노란 비옷에 검은 우산을 쓴 세 사람,즉 진 켈리, 데비 레이놀즈, 도널드 오코노가 등을 보이며 서 있다. 그러고는 뒤돌아서며 주제곡을 부르기 시작한다.

    "빗속에 노래하면...얼마나 빛나는 순간인가요. 나는 다시 행복을 찾았어요.... 태양은 내 가슴에 사랑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 노래부터 켈리와 레이놀즈가 사랑을 맹세하는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지는 103분의 영화적 재미의 모법 답안이자 뮤지컬 영화의 최정점을 보여주는 시간이다.

    장르 영화를 재평가하고 있는 요즘, 영화사상 10대 걸작의 하나로 꼽히는 <사랑은 비를 타고>는 우선 경이로운 영화다. 볼 때마다 춤과 노래, 세트와 강렬한 색채에 매혹당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산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일깨워준다.

    '그들을 웃겨라'라는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오코너의 모습에서 인생은 제목 그대로 웃음이다. 그것도 정신 차릴 수 없는 폭소 연발이다. 그리고 사랑의 발견 뒤에 정말 비를 흠뻑 맞으며 주제곡을 부르는 켈리를 보면서 가슴 충만한 사랑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게다가 켈리가 뇌쇄적인 여배우 시드 채리스와 함께'브로드웨이 리듬'발레를 추는 장면은 황홀한 인생의 절정을 보여준다.

    개념으로 세상을 보게 마련인 '불행한' 영화비평가들은 뮤지컬 영화를 영화의 현실도피적 성격이 극대화한 장르라고 설명한다. 즉, 뮤지컬 영화는 영상이라는 환상 속에서 사랑-증오, 성공-실패, 부유함-빈곤함, 그리고 남자-여자와 같은 현실의 대립항들을 거세시키면서 관객들을 유토피아의 축제로 초대한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다. 게다가 이런 주장들은 역사적 증거까지 제시한다. 그러나 <사랑은 비를 타고>를 보면서 이런 주장을 편다면 그건 멋대가리 없는 똑똑함이다. 걸작 영화에는 몇 가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함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뮤지컬 영화의 대표작 그 이상이다. 이 작품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발전하는 시대를 드라마의 배경으로 설정하면서 영화의 역사에 대한 영화로 발전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생과 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한 세기를 살아온 대중적 낙관주의의 대표작으로 남아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