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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홀:우디앨런

연0916 2024. 7. 17. 23:25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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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홀

    대사중심의 개그로 코미디의 품격을 높이다

    우디 앨런이 감독, 각본, 주연을 겸한 <애니 홀>은 프랜시스코폴라의 <대부>, 로버트 앨트먼의 <내슈빌>과 함께 1970년데 미국 영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애니 홀>은 장르의 코미디를 스타일의 코미디로 승화시킨 감독의 재능이 십분 발휘된 전환기적 작품으로, 이전의 슬랩스틱 코미디나 시각적인 개그가 주류를 이뤘던 <돈을 갖고 튀어라>, <바나나>갖은  초기 작품과는 달리 이후 우디 앨런의 일관된 스타일을 이루는 대사 중심의 개그와 담론이 코미디의 핵심으로 등장한다.

    우디 앨런은 주로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자전적 정신세계를 프로이트적인 정신분석 코미디레 가까운 영화로 만들어내곤 했는데, 그 대표적인 작품이 <애니 홀>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뉴욕에 대한 사랑과 쇼비즈니스 세계에 대한 환멸, 사랑과 죽음, 우울과 강박관념, 가족관계와 여자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심각하게 탐구하고 있다. <애니 홀>은 주인공인 앨비 싱어가 사랑하는 여자 애니 홀과 헤어지고 나서 왜 그렇게 되었나를 회상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애니 홀과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이야기, 그리고 그의 가족과 그가 이전에 사귄 여러 여자들의 관계가 나오는데, 이것들이 마치 앨비의 독특한 성격을 분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앨비는 애니 홀과 헤어졌지만, 자신이 쓴 희곡에서 허구의 인물을 통해 그와의 사랑을 이룬다.

    앨런의 코미디는 주로 고통이나 강박증에서 나오는데, 그는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이나 현제의 괴로움, 자신의 열등감 따위를 중요한 코믹요소로 승화시켜 항상 웃음 뒤에 페이소스를 느끼게 만든다. <애니 홀>에서 앨비의 냉소적이고 신경증적이며 탐욕스로운 성격은 실제 우디앨런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한다. 무성영화 코미디언 해럴드 로이드처럼 안경을 쓴 앨비는 앤티 히어로로서 현대 미국 사회의 관찰자, 기록자 노릇을 했던 채플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채플린이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앨런은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코미디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애니 홀>은 무엇보다도 진지한 주제의식과 파격적인 구성, 신선한 형식미가 돋보이는데, 그것은 앨런이 초기에 많은 영향을 받은 바 있는 필스와 막스 브러더스, 채플린보다는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와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주인공의 정신분석에 대한 의존도, 섹스를 삶의 중요한 모티브로 이용하고 있는 점은 프로이트와 관련이 있고, 삶의 의미와 신의 경험, 사랑과 죽음에 대한 고통스러우면서도 고독한 집착은 지극히 베리만적이다.

    <애니 홀>의 형식은 무척 파격적이다.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진부할 수도 있는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주 근사하게 보이는데, 알고 보면 그 새로운 형식요소들은 대부분 과거의 걸작에서 응용해 집대성한 것이다. 과거를 현재 인물이 방문하는 모습은 베리만의 <산딸리>에서, 주인공이 관객을 향해 말하는 것과 속마음을 자막으로 처리하는 것은 고다르 영화에서, 이중 노출에 의해 애니의 육체와 영혼을 분리하는 이미지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술 취한 전사>에서, 애니메이션을 사용하는 것은 스탠리 큐브리의 <시계태엽장치 오렌지>에서 그 영향을 받아 응용, 발전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형식요소들을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새로운 재해석을 통해 시각화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디 앨런의 특별한 재능은 그 모든 것을 내용과 조화시키며 철저히 코미디로 승화시켰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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