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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적 형식을 깬 노동의 역설
네오리얼리즘 영화 가운데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만큼 널리 성공한 작품도 드물다. 영화사의 10대 걸작을 꼽을 때면 으레 뽑히곤 한다. 네오리얼리즘의 이론적 기수인 체자레 자바티니가 루이지 바르톨리니의 원작을 시나리오로 각색했다.
데 시카 없는 자바티니는 생각 할 수 있지만, 자바티니 없는 데 시카는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데 시카는 자바티니에게서 많은 것을 얻어왔다. 이 둘은 네오리얼리즘의 환상적인 명콤비였다.
2차 대전이 끝아고 폐허가 된 로마에서 오랫동안 직업 없이 떠돌던 안토리오 리치는 어느 날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포스터를 붙이는 일이다. 그 일에는 자전거가 필요하다. 아내 마리아에게 말해 헌 옷가지를 전당포에 맡기고 자전거를 구한다. 어린 아들 브루노도 따라나선다.
그러나 어느 모퉁이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누가 자전거를 훔쳐 타고 달아난다. 안토니오는 쫓아가 보지만 허사다. 경찰에 신고해도 경찰은 하찮은 일이라는 듯 반응이 없다. 허탈해진 안토니오는 자전거포를 뒤지다 한 젊은이가 자기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을 본다. 쫓아가지만 또 허사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그 젊은이의 집을 찾는다. 안토니오는 빈민가의 그 집을 보고 절망에 빠진다. 자기처럼 가난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젊은이는 간질을 일으키며 길가에 쓰러진다. 경찰이 오지만 증거도 없다. 그러던 중 아들과 다투고 아들이 없어진다. 안토니오는 어린애가 강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아들은 축구장 계단 위에서 나타난다.
경기장에서는 축구시합이 한창이다. 밖에는 자전거들이 즐비하다. 안토니오는 아들에게 먼저 집에 가 있으라고 하고는 자전거 한 대를 훔쳐 달아나다 주인에거 붙잡힌다. 경찰이 온다. 그는 자전거 주인의 선처로 풀려난다. 안토니오는 석양의 거리를 허탈한 모습으로 걸어가고 아들이 뒤를 따른다.
자전거를 도둑맞은 노동자가 결국 자전거 도둑이 된다는 전후 로마의 이야기는 참으로 역설적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은 프롤레타리아 영화다.
데 시카는 1955년 3월 4일 [르봉드]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작품을 영화하하려고 몇 달째 제작자를 찾았으나 구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한 미국 제작자가 나섰다. 단, 주인공으로 케리 그랜트를 써달라는 조건이었다. 나는 거절했다."
바로 여기에 이 작품이 성공하게 된 열쇠가 숨어 있다. 그는 미남인 케리 그랜트 대신 무명의 공장 노동자 람베르토 마지오라니를 대담하게 주인공으로 기용했다. 아들 브루노에게 거리를 쏘다니던 부랑아 엔조 스타이올라, 그리고 아내에는 기자 리아넬라 카렐을 기용하는 등 모두 비직업적인 무명 배우를 썼다.
<자전거 도둑>은 스튜디오 촬영이 없다. 모두 거리에서 촬영한, 현실에 가까운 가장 사실적인 작품이다, 앙드레 바쟁은 말했다.
"이는 순수 영화의 첫 작품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배우도 없고 이야기도 없고 연출도 없다. 이것은 영화가 이제 더 이상 완벽한 미학적 환상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이에 앞서 그는 "확실히 지난 10년 동안 제작된 공산주의 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가치 있는 공산주의 영화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면 그 사회적 의미를 추상화시키더라도 그 뜻을 간직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다"라고 비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