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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의사나이

    자본과 예술성의 희귀한 만남

    캐럴 리드 감독의 <제3의 사나이>는 참으로 '이상한'영화다. 아마도 세련된 상업영화 스타일과 다양한 예술영화의 전통이 이처럼 행복하게 만난 예는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올드 팬들에게는 향수가 되었고, 시네마데크가 오랫동안 사랑해 온 리스트이자, 젊은 영화광들의 고전이면서 영화이론의 논쟁적 장소를 마련하였다.

    무대는 종전 직후 연합군의 공동 관리체제 아래 놓인 빈, 여기에 미국인 소설가 홀리 마틴스가 친구 해리 라임을 찾아온다. 그러나 친구는 이미 교통사고로 죽은 뒤이다. 홀리는 친구의 애인 안나를 만난 다음 이곳을 떠나려 한다. 이때 영국군 소령 캘로웨이가 홀리에게 친구 해리가 가짜 페니실린을 유통시킨 혐의로 연합군의 추적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게다가 해리는 죽은 것이 아니었으며, 홀연히 홀리 앞에 나타나 전망차앞에서 명대사를 한다.

    "칠백 년 평화로운 스위스에서는 뻐꾸기 시계 하나를 만들었지만, 전쟁이 이어지던 이탈리앙에서는 미켈란젤로와 다빈치가 있었지."

    그러나 홀리는 가짜 페니실린 때문에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고 해리를 고발하기로 결심한다. 함정에 빠진 해리는 홀리의 손에 죽고, 안나는 그의 곁을 떠난다.

    낙엽 지는 초겨울에 빈에서 촬영한 <제3의 사나이>는 원작자 그레이엄 그린 자신이 각색한 시나리오로 만들었다. '결코'위대한 영화감독은 아니었지만, 캐럴리드는 단 한 편의 걸작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선 영화의 백과사전적인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무엇보다도 종전 직후의 황폐한 빈을 보여주는 카메가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로버트크래스커의 흑백촬영은 존 그리어슨에서 시작하는 영국 기록영화의 전통에 기초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거리에서 미학을 완성시킨 이탈리안 네오리얼리즘과도 정신적 연대를 함께하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대부분의 장면이 밤에 촬영되면서 동원된 조명과 세트는 전후 빈을 마치 독일 표현주의 영화와도 유사한 빛과 그림자의 세계로 바꿔놓는다. 의도적으로 경사구도의 카메라 앵글로 화면을 만들었으며, 인물들은 그 사이를 떠도는 유령처럼 보인다. 말하자면 여기에는 리얼리즘과 표현주의 영화의 전통이 서로 뒤섞여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의 자본이었다. 그는 기꺼이 이 유럽 영화에 투자했으며,<제3의 사나이>가 유럽에서 만든 필름 누아르가 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

    <제3의 사나이>는 1949년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비록 영화적 깊이나 미학적 실험은 없지만, 마치 홀린 듯이 안톤 카라스가 연주하는 민속악기 지타의 선율을 따라 빈에서 펼쳐지는 이 영화는 수많은 명장면과 전율할 만한 이미지를 낳았다. 특히 무표정한 얼굴의 안나가 낙엽이 지는 빈의 가로수 저편에서 걸어와 기다리고 있던 홀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가는 기나긴 마지막 이별 장면은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장면의 하나이다. 영화는 때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명장면의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다. <제3의 사나이>는 추억과 감상주의 사이에 선 아슬아슬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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