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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짐 자무쉬 스산한 미국을 유럽식으로 구성헝가리 아가씨 에바가 뉴욕에 사는 건달 친척 윌리의 집에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되는 은 착상부터 도전적이다.이 영화에 담긴 미국 사회의 풍경은 아메리칸드림, 모든 것이 넘쳐나는 풍요의 천국과는 거리라 멀다. 이 흑백 장편영화는 삭막하고 스산하기조차 한 미국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영화로 청년 감독 짐 자무쉬는 1984년의 칸 영화제 신인감독상과 로카르노 영화제 황금표범상을 받았고, 그는 단숨에 뉴욕 독립영화계의 총아로 떠올랐다.은 미국 영화지만 사실 미국 영화라기보다는 미국을 배경으로 한 유럽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 화면이 한 장면을 이루는 길게 찍기, 시선의 비상한 집중을 요구하는 고정된 카메라 스타일, 서로 진정한 의사소통에 이르지 못하는 인간관계, 여기저.. 2024. 7. 26.
노스탤지어:안드레이 타로코프스키 러시아 예술가의 향수병이 물씬한 고독 이야기고향이나 조국이 떠난 예술가는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특히 러시아인들에게는 좀 유별나 보인다. 에서 볼 수 있는 러시아 예술가의 향수병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처절하며, 또 전혀 변함이 없다. 18세기에 실존했던 러시아의 음악가 파벨 소스노프스키는 농노의 신분으로 지주의 후원을 받아 이탈리아로 음악 유학을 떠난다. 그러나 향수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귀향한 뒤, 술에 절어 살다가 결국 자살하고 만다. 이 소스노프스키의 발자취를 따르던 소련의 시인 고르차코프는 낯선 이탈리아 땅에서 고향과 고향에 두고 온 아내, 자식들을 끊임없이 떠올린다. 여기까지가 영화 속의 과거와 현재다. 그렇다면 미래는? 바로 타르코프스키 자신의 삶이다. 를 만든 직후.. 2024. 7. 25.
블레이드 러너:리들리 스콧 복제 인간 통해 휴머니즘 해부1982년, 리들리 스콧의 는 스티븐 스필버그 와 동시에 개봉돼 흥행 경쟁을 벌이다가 일주일 만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관객들은 현실도피적인 의 유토피아를 어둡고 비관적인 의 디스토피아보다 훨씬 더 좋아했다. 이 영화를 '저주받은 걸작'의 명단에 올려놓은 이들은 컬트 영화광들과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이었다. 포스트 모더니스트에게 이 영화는 공간의 혼성 모방과 정신분열증으로 특징되는 포스트 모던 사회의 징후를 보여주는 일종의 교과서였다.2019년, 3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으로 검은 비가 내리는 로스앤젤레스의 이미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혼성 모방으로 채워져 있다. 세계도처에서 이주해 온 다양한 인종들, 코카콜라와 일본 여자 광고판, 용의 형사을 한 네온사인, 그리스 로마 시대와 바.. 2024. 7. 24.
욜:일마즈 귀니 터키의 억압 상황에 맞서 감옥에서 연출한 영화일마즈 귀니의 삶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지난했다. 터키의 군사정권 아래서 불온서적을 발행한 죄로, 수배학생을 은닉한 죄로, 반공주의자인 판사를 저격 살해한 혐의로 그는 10년 이상을 감옥 헤서 보냈다. 1960년의 첫 번째 감옥행은 배우 생활의 시작을 갉아버렸고, 1970년대의 초의 두 번째 감옥행은 연출가로서 한창 활동하는 그를 옭아매었다. 그리고 곧이어 18년 형을 받은 세 번째 감옥행은 그로 하여금 감독으로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게 했다. 감옥에서 지속적으로 시나리오를 집필한 뒤, 조연출이난 다른 사람을 통해 연출하게 하는 작업을 계속한 것이다. 1980년, 군사정부가 그의 작품을 상영 금지시켜 더 이상 작업이 불가능해지가 그는 감옥을 탈출해 스위스로 망명.. 2024.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