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영웅'의 몰락으로 드러나는 미국의 치부신천지, 약속의 땅이었던 미국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가. 미국의 1970년대는 집단적 나르시시즘의 시대였고, 코폴라는 미국의 번영 뒤에 가려 있던 치부를 갱스터 영화의 양식을 빌려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1972년에 시작된 대부 시리즈는 1990년대에 와서야 3부작이 완성됐다. 제1부는 비토 코를 레오네의 쇠락과 마이클의 성장, 제2부는 비토의 젊은 시절과 마이클 가족의 해체, 제3부는 마이클의 사회적 성공과 쓸쓸한 죽음을 그리고 있지만, 사실 세편의 이야기구조는 모두 같다. 화려한 파티와 은밀한 거래에서 시작해 음모와 살인, 갈등이 빚어진 다음 혼자 남은 마이클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 것이다.코폴라는 마이클을 순수 악이자 미국적 부패의 총체적 상징..
'성의 정치'에 항거한 여성의 자유선언1953년, 73살의 앙리 피에르 로셰가 고령에도 불구하고 첫 소설 [쥘과 짐]을 발표했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당시 21살. 링글루아가 만든 시네마테크의 악동이자 앙드레 바쟁의 [카이에 뒤 시네마]로 평단에 입문한 그는 언젠가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1961년, 트뤼포는 기어코 그 꿈을 이루게 된다.은 두 남자와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는 상투적인 멜로드라마에서 닳고 닳도록 써먹는 소재다. 그러나 트뤼포는 진부한 삼각관계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는 여성의 자유와 그에 대한 남성의 반응을 이야기한다.그러나 이 작품의 중심 인물은 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쥘과 짐이 아니라 카트린이다. 두 남자와 친구이자 부부, 연인의..
가공인물 뒤쫓는 급박한 서스펜스영국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의 대표작이 이라면 미국에서는 MGM사가 제작한 일 것이다. 많은 평론가들은 을 그의 최고 걸작으로 꼽지만, 가 극적 구성이나 형식, 서스펜스에서 더 세련되고 잘 짜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미 CIA가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내세워 사건을 해결하는 예가 있다는 것이 뉴욕의 한 신문기자를 통해 알려지가, 여기서 영감을 얻은 히치콕은 어니스트 리먼에게 시나리오를 의뢰했다. 상영시간이 136분이나 되자 MGM 쪽에서 뒷부분을 줄이자고 제안했지만 그는 양보하지 않았다.어느 날 아침, 뉴욕의 광고업자 로저 손힐은 비서에게 일정을 아려주고 택시에서 내리다 두 명의 괴한에게 납치된다. 그는 글렌코브의 어느 저택에서 강제로 술을 마신 뒤 버려져 음주 운전으로 체포된다..
영화는 이론이 없다. 멋대로 해라제로에서 다시 시작하자.장 뤼크 고다르의 선언은 '새로운 영화'의 명제자 되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은 고전적 양식을 완성하였고, (알프레드 히치콕, 존 포드, 장르 영화들)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은 부패하기 시작했으며(펠리니, 안토니오니, 비스콘티) 프랑스 영화는 문학의 진부한 재각색(르네 클레망, 앙리 조르주 클루조에서 알랭 레네까지)에 사로잡혔다. 영화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이제 영화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결별이 필요했다.장 뤼크 고다르는 바로 이때 수호천사처럼 등장했다. 프랑스의 영화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영화평을 쓰던 고다르는 하뤄드 혹스와 험프리 보가트, 뮤지컬과 할리우드 B급 영화의 열렬한 숭배자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에이젠슈테인의..